독서(2010)

2010. 10. 25. 16:45
January

신의 언어 / 프랜시스 S. 콜린스
나는 과학 카테고리에서 이 책을 골라집었는데, 종교 카테고리에서 팔아야 마땅할 것이었다. 아직 잘 모르는 분야를 두고 일단 신이 손댄 것이라고 전제하는 태도는 마음에 안 든다. 모르는 건 모르는 거지, 그게 왜 신이냐고. 그래서 갈릴레이 때도 다윈 때도 발칵 뒤집혔었잖아. (01.11)




February

차일드 44 / 톰 롭 스미스
심드렁하게 읽다가 점점 빠져들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음... (02.07)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 / 사토 유야
우와, 등장인물 누가 누군지 제대로 외우기도 전에 책을 다 읽어버린 건 또 처음이네. 재미와 별개로 sense of wonder는 결여된 소설이었습니다. (02.12)


영혼의 길고 암울한 티타임 / 더글러스 애덤스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를 흥미진진하게 읽은 터라 되도록 정보 없이 사서 읽었는데, 전작보다 나은 속편은 정녕 없단 말인가! ('황의 기운이 충만함'만큼은 발군이었다) 나중에 관련 리뷰를 읽다가 안 사실인데, 1편의 '성스러운' 탐정은 '전체론적' 탐정의 오역이었다고... (02.16)


유정천 가족 / 모리미 도미히코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이토록 찬란한 캐릭터들이라니... 여우 이야기로 신뢰를 잃었다가 단숨에 회복. (02.20)


집행인의 귀향 / 로저 젤라즈니
다른 얘기지만 나는 중편을 쓰는 사람이 제일 부럽다. 분량에 구애받지 않고 이야기에만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이 부럽다는 게 더 정확하겠지만. 아무튼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펌킨 군은 이걸 의무적으로 읽습니다. (02.23)


실종 / 마이클 코넬리
시인 때도 느꼈는데 유독 이 작가의 소설은 읽을 때는 술술 넘어가지만 끝까지 읽고나면 참 덧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 미드가 딱 그렇지. (02.27)




March

히페리온 / 댄 시먼스
이걸 읽으면서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배제한 스페이스 오페라에 대한 힌트를 얻을까 했는데 완전히 잘못 짚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초반에 몇 번의 고비를 맞으며 책장을 술술 넘겨버린 탓에 아직도 정확한 큰 흐름은 파악하지 못하겠지만(하필 양영순의 덴마를 같이 봐서 더 헷갈린다), 등장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하나같이 빼어나다. 그래도 역시 취향이라면 딸 이야기를 꼽겠다. (03.18)




April

여름으로 가는 문 / 로버트 하인라인
아, 그랬겠지. 하지만 당신은 고양이를 쓰다듬은 게 아니야. 그건 강아지한테나 어울리는 거였어. 고양이는 절대 토닥거리면 안 돼, 그건 두들겨 패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고양이 발톱의 사정거리 안에서는 절대로 갑작스런 행동을 해서는 안 돼. 당신이 무얼 하려는지 고양이가 알게 하고 나서 고양이를 만져야 해. 그리고 고양이가 그걸 좋아하는지 잘 살펴야지. 쓰다듬는 게 싫더라도 얼마간은 예의상 참긴 할 거야. 고양이는 아주 경우가 바르거든. 하지만 고양이가 겨우 버티고 있는 거라면 인내심이 바닥나기 전에 멈춰야 해.”  이 대사만으로도 이 소설을 걸작으로 꼽으리. '다시 한 번 리플레이'를 먼저 읽은 게 아쉽다. (04.15)




May

플래쉬 포워드 / 로버트 J. 소여
드라마를 먼저 본 탓에, 읽는 내내 "그래서 FBI는 언제 개입하는 거야?" 라고 절규... 막상 내용은 별 게 없다. 소재 하나를 가지고 변변한 사건 없이 이토록 길게 쓸 수가 있다는 사실에 경외감마저 든다. 분량 늘리는 기술을 연마한 최근의 나라면 80매짜리 단편이 되었을 거다. 일 년 전이었다면 한 바닥짜리 콩트로도 충분했겠지. (05.23)


연애편지의 기술 / 모리미 도미히코
부끄럽지만 일전에 나는 서간도락회를 조직한 적이 있다. 이 좋은 소재를 두고 나는 고작 포스트 하나를 힘겹게 작성했고, 그는 보란듯이 장편소설을 썼다. 아직도 마지막 장의 여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완패입니다. (05.26)




June

제5도살장 / 커트 보네거트
옮겨적고 싶은 구절이 너무도 많아 옮겨적기를 관두었다. 아, 트랄파마도어. (06.04)


요이야마 만화경 / 모리미 도미히코
요이야마 극장 부분만 따로 장편으로 늘려주세요 흑흑. (06.28)




July

악의 / 히가시노 게이고
읽으면 읽을수록 추리소설이 뭔지 모르겠다. 읽는 사람이 추리를 하는 건지, 등장인물이 추리를 하는 건지, 쓰는 사람이 추리를 하는 건지. 아니면 덮어놓고 그냥 재밌으면 되는 건지. (07.15)


멀리 가는 이야기 / 김보영
앞부분을 읽으며 별로 멀리 안 갈 줄 알았는데 진짜 멀리 간다. 멀리 갈수록 재미있었음. (07.21)


유령여단 / 존 스칼지
분량도 내용도 묵직해서 좋다. 어떻게 한 권으로 딱 떨어지는 이야기를 쓸 수 있나요ㅠ 하루라도 빨리 다음 이야기를 읽고 싶은 저는 지금부터 영어공부를 하겠습니다. (07.29)




August

하늘의 물레 / 어슐러 K. 르 귄
SF 3콤보는 자제하려다가 인셉션 본 김에 끝장을 보려고 펴들었음. 르 귄에의 도전은 번번이 실패하고야 마니, 우리는 정녕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인가요. 전개를 하려다 말고 계속 우물거리는 것 같아서 복장이 터집니다요. (08.05)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 미치오 슈스케
'섀도우'를 너무나 재미없게 본 나머지 다른 책으로 환불한 전적이 있는데, 그걸 쓴 작가인 줄 알았더라면 아마 안 샀을 거다. 이 책도 표지의 호들갑과는 달리 억지스런 설정이 덕지덕지 있다. 그래도 이런저런 상을 척척 받은 걸 보면 내가 밴댕이 속이라 이걸 용납 못하는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지경. 그래, 나는 내 길을 가련다. (08.10)




September

결백 / 할런 코벤
이런 류의 스릴러는 다 고만고만한 헐리웃 영화 같다. (이런 류의 스릴러를 헐리웃에서 반겨서겠지) 번역한 후 교정은 안 보고 그냥 낸 듯. 오탈자가 이리 많은 책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09.01)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5 / 김종일 외
처음 예상한 대로 무난하게 흐르는 작품과, 우연의 비중이 큰 작품과, 분위기가 후덜덜하다가 중반부터 뻔해지는 작품과, 무미건조한 작품과, 왠지 스티븐킹+필립K.딕과, 단편으로는 감당 불가능한 작품과, 왠지 절망의 구와, 왠지 이토준지와, 계몽적인 작품과, 별 기대 없었는데 점점 재미있어지는 작품. (09.06)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 아와사카 쓰마오
확실히 요즘의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게 필요했던 것이 바로 구닥다리 느낌의 탐정 추리 소설이었으니 소득은 있다. (09.20)




October

진화 신화 / 김보영
앞서 읽은 멀리 가는 이야기가 여러모로 더 좋았다. (10.09)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에 관한 성실한 책일 줄이야... 첫 번째 챕터는 글에 관한 것도 좀 있지만, 그 이후로는 그야말로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의 대향연. 왜 뛰기로 했고 어떻게 뛰었고 슬럼프는 어땠으며... 하루키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설명하는 역자후기를 읽으며 그나마 위안이 됐다. (10.19)


고래 / 천명관
말 그대로 눈을 뗄 수가 없다. 존경합니다. 분발하겠습니다.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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