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2009)

2009. 12. 31. 18:43
January

아자젤의 음모 / 보리스 아쿠닌
판도린과의 첫만남. 매혹당했다. 올해 최초로 감사한 일은 판도린 시리즈가 2권이 동시에 출간되었다는 것. 이렇게 해주지는 못할 망정 한 편을 두 개로 나누어서 개봉하는 오우삼은 반성해야 한다. (01.07)


어둠 속의 기다림 / 오츠 이치
'미처 죽지 못한 파랑'보다는 나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단편을 억지로 늘인 것 같다. 책을 사서 읽는 입장에서는 단숨에 읽히는 걸 좋아해야 할지 약간 복잡한 심정. 오츠 이치는 GOTH가 가장 좋았어. (01.08)


리바이어던 살인 / 보리스 아쿠닌
1편보다 훌륭했다. 판도린 짱. 아니 그런데 2편은 건너뛰고 시리즈 3편이 나온 이유는 뭐니증말… 아무튼 전권 출간을 간절히 기다린다. 호시 신이치도 와르르 나오고 있는데 판도린 시리즈가 못 나올 이유 없지 않을까. (01.14)


Q&A / 비카스 스와루프
대니 보일의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대한 호평이 끊이질 않고 있다. 몇몇 게시판을 들락거리던 나는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이 이미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떤 계시를 받은 사람처럼, 영화가 골든글러브를 휩쓸기 직전에 잽싸게 책을 주문했다. (수상 후였다면 알량한 자존심에 아마 구매를 포기했을게다) 혹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자마자 곧바로 첫 페이지로 돌아가 꼼꼼히 다시 읽고 싶다는 충동을 경험한 적 있는지? 나는 이 책이 처음이었다. (01.19)


유리 속의 소녀 / 제프리 포드
강령회와 우생학 등 온갖 신소재를 끌어왔는데 (재미없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라) 이야기가 왜이리 낯익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소설을 높이 평가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361페이지부터 시작되는 넉장 반 분량의 마지막 챕터 <잠깐, 아직 남았어>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내가 '후일담 마니아'라는 걸 만천하에 공개하는 바다. (01.24)


유성의 인연 / 히가시노 게이고
적당적당한 킬링타임용인데, 지니고 다니면서 틈틈이 읽으라고 두 권으로 나누어주신 건가요ㅠ 이야기를 너무 한 쪽으로 몰면 읽는 입장에서도 수상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출판사는 대놓고 폭로하고 있다. '놀라운 진실'이라니. 문득 오광록의 주옥같은 대사가 스치누나 : "아니라고도 좀 해 봐라" (01.31)



 
February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 주노 디아스
이건 흡사 MTV 버전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이라고 해야 할까. '오덕' 버전이라는 게 의미 전달이 좀 더 분명할까. 이걸 읽은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나는 '푸쿠'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물론 곧바로 '사파'라고도 중얼거린다. (02.06)


노인의 전쟁 / 존 스칼지
나는 스스로 만든 고리타분한 원칙들에 얽매인 사람인데, 독서는 버스나 지하철에서만 하자는 것도 원칙 가운데 하나다. 온갖 헛짓거리를 하느라 바쁜 일상을 배려하려는 의도로 만든 원칙이긴 하지만 이건 꽤 훌륭한 척도로 쓰이기도 한다. 예컨대 '노인의 전쟁'이 얼마나 재미있는지에 대해 설명할 때에도 아주 유용하다. 나는 내 원칙을 포기하기 싫었으므로 일부러 멀리 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그래도 50페이지가량이 남았고 여전히 전개는 종잡을 수 없었다. 아무리 고리타분한 나지만 오늘만큼은 원칙을 깨야 했다. (02.09)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 / 와카타케 나나미
소설의 재미와는 별개로, 독자가 전혀 몰랐던 사실이 주인공의 사건 해결에 크게 작용하는 추리소설을 나는 반칙이라 부른다. 단편 모음집처럼 보이지만 실은 장편인(혹은 그 반대로 장편처럼 보이지만 실은 단편 모음집인) 신묘한 재주는 여전하지만 나는 '네 탓이야'의 하무라 아키라가 조금 더 그립다. (02.12)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 필립 K. 딕
아, 내가 너무 늦게 읽었나보다. (02.18)


가을의 감옥 / 쓰네가와 고타로
첫 번째 소설은 뒷부분이 쓸데없이 길고 지루했고, 두 번째 소설은 앞부분이 지루한 대신 뒤로 갈수록 좋았다. 세 번째 소설은 분명 읽을 때는 좋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십수 년 전에 읽은 만화책 생각이 나서 그랬던 것 같다. 너무 심한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소설 자체는 그냥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02.20)


살육에 이르는 병 / 아비코 다케마루
이따금 주는 거 없이 얄미운 녀석들이 있다. 문제는, 그네들에겐 딱히 흠잡을 구석이 없다는 데 있다. 어쩌면 흠잡을 구석이 없어서 얄미운지도 모른다. (이게 바로 열폭?) 이 소설도 마지막 장을 덮으며 놀라움은 저만치 밀어두고 불쾌감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결국 내가 삐딱해서 그렇겠지만 서술트릭과 나는 쉬이 친해지지 않을 것 같다. (02.24)



 
March

로라, 시티 / 케빈 브록마이어
단편, 하다못해 중편으로라도 줄일 생각은 없었을까. 연재를 하느라 이야기가 늘어진다는 걸 미처 몰랐던 걸까. 100페이지를 채 읽기도 전에 "로라는 그래서 언제 죽는다는 거야" 라며 페이지를 훌훌 넘긴 내가 경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읽다 졸다를 반복하며 끝까지 읽는 데 열흘이나 걸렸단 말이다. (03.05)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 / 피에르 바야르
어린 시절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은 충격작이었다. 더 놀라운 건, (크리스티가 의도했건 아니건) 어쩌면 범인은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 피에르 바야르는 일방적이고 수동적인 독서, 즉 텍스트에 빠져들어 독자 자신의 세계를 잃어버리는 독서를 지양한다. 그는 특히 독자의 주관성에 따라 무한히 유동적인 대상이 될 수 있는 문학 텍스트 앞에서 독자는 '창조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피에르 바야르는 독자가 어떻게 창조자가 될 수 있는지를, 진범을 기어코 밝혀냄으로써 몸소 보여주고야 만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은 물론이고 '끝없는 밤'도 다시 읽고싶어져 장바구니에 담았으니 크리스티에게도 유익한 책일까. (03.09)


민들레 와인 / 레이 브래드버리
"1971년 달에 착륙한 아폴로 우주선이 표면의 분화구 중 하나를 이 소설의 제목을 따 '민들레 분화구(Dandelion Crator)'라고 이름 지었을 정도로 굉장한 유명세를 떨쳤다"는 문구를 보자마자 걸작 SF로구나 하며 냉큼 주문해 읽었는데 이 무슨 꿈결같은 전원생활이더냐…. 일견 빛바랜(또는 물빠진) 톰소여가 적절한 감상이겠지만, 그래도 에피소드 하나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03.23) 


멸종 / 로버트 J. 소여
나는 사람들이 글을 쓰는 시작점에 대해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이 소설이 공룡에 관한 이야기인가?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지라도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아마도 로버트 J. 소여는 어느날 감기에 걸려 무거운 몸을 일으키다가 무언가 근사한 아이디어를 잡아냈을 것이고, 그게 한 시대가 종말을 맞이하는 (그럼에도 어떤 종자는 끈덕지게 살아남고야 마는) 거창한 이야기를 내놓지 않았을까 싶다. (03.27)



 
April

스타십 트루퍼스 / 로버트 하인라인
올해가 예비군 6년차다. 그런데도 이따금 재입대하는 꿈을 꾼다. 게다가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잠을 설친다. 그런 주제에 소설을 읽으며 이런 부대에 이런 전우라면 재입대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냉정해지자. 이 소설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바로 그런 것 아닌가. 우발적인 선택이 인생을 얼마나 바꿔버리는가 하는. (04.13)


아인슈타인의 꿈 / 앨런 라이트맨
소설 형태로 쓰여지고 소설 코너에서 집어들었더라도, 나는 이걸 소설이라 부르지 않으리.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E=mc²'을 차라리 소설이라 부르리. (04.14)


카니발 매지컬 ~ 살육기술의 니노우노미야 남매 / 니시오 이신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다가 어느샌가 5권째 사서 읽고 있는 헛소리 시리즈. 활자화된 만화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가벼운 마음으로 쭉쭉 읽고 있다. 이제 다음편이 시리즈 마지막이다. 기왕 여기까지 온 거… (04.19)


영원한 전쟁 / 조 홀드먼
지루했지만 마지막엔 좋았다. 그런데 전쟁SF를 올해 세 편 읽었는데, 마지막이 다들 비슷하지 않나요? (04.24)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1953~1960 / 아서 C. 클라크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과 (공교롭게도)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이 책에 들어 있다. 짧고 재미있고 몇몇은 이어진다. '달을 향한 모험' 연작이 가장 인상깊었다. (04.30)



 
May

시인 : 자살노트를 쓰는 살인자 / 마이클 코넬리
608페이지의 두툼한 책을 열흘 내내 갖고 다닌 건 술술 읽혔기 때문. 많은 스릴러가 그렇듯 읽을 때에는 몰입했지만 오래 기억되진 못할 것 같다. (05.10)


신들의 사회 / 로저 젤라즈니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나도 젤라즈니처럼 쓰고 싶다. (05.27)



 
June

여우 이야기 / 모리미 도미히코
모리미 도미히코의 책을 고작 네 권 읽은 주제에 이런 평가는 섣부른 것일 수 있겠으나 그래도 출간된 책은 다 읽은 셈이니 유료 독자의 권리를 등에 업고 한 마디 하자면, 이번 작품은 도무지 모리미 도미히코답지 않다. 앞서 세 권이 흡사 자매품 같았다면 이건 누가 썼는지 짐작도 못 하겠다. 게다가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 정도라면 나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말은 쓰고나서 하라는 외침이 귓가에 아른거리누나. (06.03)


이름 없는 책 / Anonymous
확실히 재미있다! 웃음을 참기 어려운 지점이 꽤 많다(특히 페토). 이토록 많은 캐릭터를 이토록 능란히 통제하는 것도 훌륭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끼워넣는가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죽여버린다. 그렇지만 저자가 자신을 숨기면서까지 컨셉을 유지할 정도로 본문에 등장하는 '이름 없는 책'이 중요한 기능을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 분야의 최고봉은 누가 뭐래도 미하엘 엔데겠지. (06.12)


모든 것의 래디컬(上) ~ 13계단 / 니시오 이신
헛소리 시리즈의 끝. 끝도 없이 쏟아지는 캐릭터들을 능숙하게 통제하는 건 본받을 점이다. (06.27)


모든 것의 래디컬(中) ~ 붉은 정복 VS 주황색 씨앗 / 니시오 이신
상중하 세 권 중 가장 느슨했다. 매트릭스 2편 같달까. 아니, 정말로 꼭 닮았구나. (06.30)



 
July

모든 것의 래디컬(下) ~ 청색 서번트와 헛소리꾼 / 니시오 이신
10권 가까이 되는 방대한 시리즈를 다 읽은 시점에 이런 의문을 갖는 건 그야말로 헛소리이긴 한데, 나는 아직도 주인공을 왜 헛소리꾼이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궤변론자를 헛소리꾼으로 번역했다고 여기고 속으로 걸러서 읽긴 했지만 이 역시도 정확한 표현은 아닌 것 같고. 헛소리와 궤변과 말장난의 어중간한 지점을 콕 집어내는 다른 단어가 있지 않을까. 아무튼 해피엔딩이고 후일담도 있으니 됐지 뭐. (07.02)


밀레니엄 3(上) ~ 바람 치는 궁전의 여왕 / 스티그 라르손
따라가기 벅찰 정도의 장면 전환에 헉헉대면서도 홀린듯이 책장을 넘겼다. 달리 무얼 할까. (07.17)


밀레니엄 3(下) ~ 바람 치는 궁전의 여왕 / 스티그 라르손
번역작업을 서둘러 했는지, 교정이 엉망이다. 읽으면서 이렇게 오타를 많이 찾아낸 적도 없는 것 같다. (심지어 "되요"라는 표기는 정말...) 그럼에도 "독자에게 빨리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라고 변명한다면 다 용서하겠다. 1부를 다 읽은 순간부터 기다림의 나날이었으니까. 진짜 재미있었다. 안녕, 스티그 라르손. 이제 이런 글을 또 누가 써 주려나요? (07.20)


어제의 세계 / 온다 리쿠
맥 빠지는 이야기. 온다 리쿠는 이제 잊겠습니다. (07.26)


별의 계승자 / 제임스 P. 호건
1년 전에 야심차게 썼던 글이 이미 30년 전에 호평받은 소설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다는 건, 기뻐해야 할지 안타까워해야 할지. 하지만 그걸 굳이 내 돈 10,000원을 주고 확인했다는 점에서만큼은 역시 좀 씁쓸해도 될 것 같구나. 어라 그러고 보니 이거 이틀만에 읽었네! (07.28)



 
August

6인의 용의자 / 비카스 스와루프
반전은 낙제, 나머지는 합격. 비카스 씨는 외교관 따위 관두고 소설 집필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08.03)


픽션 / 닉 혼비 외
작은 나라와 겁나 소심한 아버지와 한심한 도적과 자식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를 두고 페루로 가버린 부모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새와 위험하지 않은 대결과 이상한 휴대 전화와 당신이 모르는 뉴욕의 비밀, 이라는 원제 대신 깔끔하게 '픽션'. 무릇 소설가라 함은 허풍선이의 다른 말일진대 그런 면에서 레모니 스니켓은 고득점. 이 책에 지루한 이야기는 없다며! 쏘리. 닉 혼비는 이름값을 했다. (08.06)


이계의 집 / 윌리엄 호프 호지슨
200페이지의 묘사. 오로지 묘사! 20세기초의 고전이지만 21세기의 나는 그냥 영화를 보겠어요. (08.11)


신의 달력 1 / 장용민
외국 소설 같다. 이게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08.13)


신의 달력 2 / 장용민
일단 나흘만에 두 권을 읽었으니 재미는 뭐 됐고. '이계의 집'의 집요하리만치 긴 묘사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방증이랄까. 전후 상황 다 알고 보면서도 지구 멸망이 그리 와닿진 않았음. 오히려 아주 싱거웠다고라고라. 지구가 멸망한다는데 다급한 건 주인공뿐, 뭐 좀 부탁하면 다들 짜증부터 낸다. 한 마디 더 하자면,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장황한 전개치고 결말은 너무할 정도로 무책임하지 않았나 싶고. (08.15)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 사무소 / 더글러스 애덤스
지하철에서 읽는데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 결국 덮었다. 아닌 척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그 대사 부분을 낭독해주고 싶었다. 이런 걸 읽으면서 어떻게 무표정으로 있을 수가 있냐고 화를 내면 그들은 참회의 눈물을 흘렸겠지. (08.19)


절망의 구 / 김이환
진짜 절망은 그 이후였구나. 생각지도 않은 보너스 : 심사평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08.23)


다시 한 번 리플레이 / 켄 그림우드
오슨 스콧 카드 왈, "이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삶의 보이지 않는 리듬이 느껴졌고, 삶에 대해 보다 명확한 견해를 갖게 되었으며, 이 짧다면 짧은 삶을 더욱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100% 동감. (08.26)




September

악몽의 관람차 / 기노시타 한타
워낙 가벼운 문체이기도 하고 억지로 웃기려는 기운이 풍기기도 해서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읽었다. 그러다 200페이지즈음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집을 방문하는 순간 이건 굉장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지막에 모든 사연을 알고나서는 작가의 다른 작품 '악몽의 엘리베이터'도 사기로 결심했다. (09.12)


두 번째 총성 / 안소니 버클리
김유정의 동백꽃을 참 좋아하는데, 바로 동백꽃스러운 부분 때문이다. (뜬구름 잡는 표현 같지만 동백꽃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것) 그런데 두 번째 총성은 동백꽃보다도 더욱 동백꽃스러운 게 아닌가. 이런 일이. 더 경악스런 일은 동백꽃보다도 6년가량 일찍 쓰여졌다는 사실. 감탄 또 감탄. (09.24)


써틴 / 세바스찬 보몬트
'21세기를 통틀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걸작'이라는 문구는 그것이 실제 공신력 있는 누군가의 입을 통해 발언된 것일지언정, 또한 판매 면에서는 크게 도움이 될지언정, 그로 인해 한껏 고양된 기대감을 안고 이걸 읽는 사람의 기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광고다. 21세기는커녕 내가 2009년에 읽은 책만 해도 이것보다 나은 책을 다섯 권은 더 골라낼 수 있단 말이다. 재미가 없었다는 게 아니라 광고가 과했다는 거다. 게다가 후련해야 할 지점에서 어물거리는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 그게 감상에 아주 크게 작용했으므로 결과적으로 썩 높은 평가를 내리고 싶진 않다. (09.27)



 
October

천사의 게임 1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거의 작법서를 읽는 기분으로 읽어내려갔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얻은 게 많다. (10.06)



 
November

천사의 게임 2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절반을 남겨두고 독서 슬럼프에 빠진 게 사폰의 잘못은 아니겠지. 오늘 한 달여 만에 마음을 다잡고 미친듯이 읽어내려갔다. 이야기를 아우르는 어떤 고풍스런 멋이 있으며 그래서인지 고전을 읽은 기분이다. 부쩍 일대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절인데, 그런 점에서 좋은 참고가 되었다. 일대기는 절대로 낡은 방식이 아니다. (11.04)


악몽의 엘리베이터 / 기노시타 한타
악몽의 관람차가 한 50배쯤 낫다. 이건 그냥 그럭저럭 괜찮은 콩트를 억지로 잡아늘인 것 같은 이야기. (11.05)


의뢰인은 죽었다 / 와카타케 나나미
재미가 있을라쳐도 미지근하게 빠지고, 미지근하다가도 은근한 재미가 배어나오는 묘한 소설집. 하지만 이런 건 좋지 않다. 금방 잊힐 테니까. 마음에 드는 단편도 두어 개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다이도지 케이보다 썩 낫다고는 할 수 없겠다. (11.15)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 / 이시모치 아사미
몇몇 상에서 '용의자 X의 헌신'과 경합을 벌였다는데, 결과적으로 나도 '용의자 X의 헌신'에게 표를 줄 수밖에 없겠다. (11.25)


고백 / 미나토 가나에
첫 번째 챕터가 끝났을 때의 충격이 가장 컸다. "아니 여기서 뭘 더 쓴다는 거야?" 그런데 더 쓰더라. 쓸 거리가 대단히 많은 사람이라는 게 곳곳에서 느껴진다. 많이 배웠다. (11.26)



 
December

아돌프에게 고한다 1~5 / 데즈카 오사무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를 보고나면 늘 개인의 인생은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덧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시야가 넓어지는 기분이 든다. 나 자신이 우주에 속해 있음을 깨닫곤 한다. (12.15)


붓다 / 무샤고지 사네아츠
위의 적나라한 목록처럼 늘 죽고 죽이는 이야기만 파다가, 자비가 흘러넘치는 이야기를 접하니 감동 백 배. 얼른 읽어치우기 아까워서 한 번에 한 홉씩 읽었다. 공부를 좀 더 해봐야겠다. (12.22)


세계대전 Z / 맥스 브룩스
읽으면서도 너무 길다는 느낌이 압도적이었다. 재미가 없다는 게 아니라 중언부언하는 듯한 그런... 장바구니에 1년 넘게 들어있던 책인데, 결국 빌려 읽었다.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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